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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사람을 갉아먹는 게 아니다. 문제 앞에서 멈춰 서 있는 시간이 사람을 갉아먹는다.

이직할까 말까. 이 관계를 끊을까 말까. 이 프로젝트를 접을까 말까. 결정의 내용은 전부 다르지만, 결정 못 하는 사람의 표정은 전부 같다. 지쳐 있다.


도망은 선택지다

대부분은 “도망치면 안 된다”고 배웠다. 버텨야 한다, 끝까지 해봐야 한다, 포기는 패배다.

그런데 이 믿음이 실제로 만들어내는 결과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은 버티지도 않는다. 그냥 멈춘다. 가지도 않고, 남지도 않고, 매일 같은 질문만 반복한다. “이게 맞나?” 이 상태가 수주, 수개월 이어진다.

도망이 문제가 아니다. 도망칠지 말지 정하지 못하는 상태가 문제다. 도망치는 건 최소한 방향이 있다. 미결정은 방향 자체가 없다.


고민에도 비용이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를 생각하면 쉽다. 아침에 100%로 시작해도 백그라운드에서 앱 하나가 계속 돌면 점심쯤 30%가 된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미결정 상태가 그 백그라운드 앱이다. 겉으로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뇌 한쪽에서 “어떡하지”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에너지가 새고 있다는 걸 본인만 모른다. 사실 본인도 안다. 인정하기 싫을 뿐이다.

재밌는 건, 결정을 내린 사람은 그 결정이 뭐든 상태가 나아진다는 거다. 이직을 해도, 남아도, “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백그라운드 앱을 끈다. 결정의 내용보다 결정의 존재가 더 중요하다.

고민은 공짜가 아니다. 고민하는 동안 정신 에너지가 빠져나가고, 다른 일에 쓸 집중력까지 갉아먹는다. 고민 자체가 비용이라는 걸 인식하는 순간, “좀 더 생각해보자”가 얼마나 비싼 선택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완벽한 결심은 오지 않는다

미루는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패턴이 거의 같다. “좀 더 정보를 모으면”, “상황이 조금만 더 명확해지면”, “확신이 서면 그때 움직이겠다.”

확신은 안 온다. 결정 전에 확신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확신은 결정 후에 온다. 움직이고 나서야 “아, 이게 맞았구나” 혹은 “아, 이건 아니었구나”를 알게 된다. 순서가 반대다.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걸어보는 거다. 지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길의 경사는 알 수 없다. 직접 가봐야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안다.


작은 시행이 병목을 뚫는다

대부분은 결정을 크게 생각한다. 이직 = 사표 내기. 관계 정리 = 연락 끊기. 전부 아니면 전무. 그래서 못 움직인다.

그런데 실제로 정체를 깨는 건 언제나 작은 행동이다. 이력서를 한 줄 고쳐보는 것. 관심 있던 팀의 채용 공고를 읽어보는 것. 카페에서 한 시간 혼자 앉아 생각을 적어보는 것.

이게 결정인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작은 시행이 쌓이면 어느 순간 결정이 “이루어진다.” 큰 결심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작은 행동들이 방향을 만들어놓는 거다. 결정은 번개처럼 내리는 게 아니라, 행동이 빚어내는 거다.

결국 이건 고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통제에 대한 이야기다.

고민 속에 있는 동안은, 상황이 나를 쥐고 있다. 뭐라도 하나 하는 순간, 내가 상황을 쥔다. 그 행동이 틀렸어도 상관없다. 방향은 움직이면서 고치면 된다. 멈춰서는 아무것도 고칠 수 없다.

사실 이 글도 “쓸까 말까” 고민을 멈추고 그냥 쓴 거다.